1월의 눈오는 제주

2016. 10. 11. 00:00Lovely Jeju Island/Season5.(JA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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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젯을 타고 밤 비행기로 제주를 다녀왔다. 목적은 한 가지, 눈내리는 한라산을 보기 위해서였다.




따뜻하게 옷을 챙겨입고 귀마개와 마스크까지 장전!







1월달의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사람뿐만아니라 자동차의 다리도 완전무장이 필요하다. 어느 지점이상 오르자 차량의 정체가 일었고, 모두들 나와서 자신의 차량 바퀴에 체인을 채우기 시작했다.






우리 바퀴도 준비 완료!







도착한 어리목탐방로 입구. 나와 한라산과의 인연은 첫번째,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 한라산 정상을 찍었고, 두번째, 사라오름까지 올랐고, 이번이 세번째다. 비내리는 한라산과 햇빛쨍쨍인 한라산을 만났으니, 이제 눈 내리는 한라산을 만나볼 차례. 윗세오름을 목표로 어리목탐방로를 택했다.






출발은 가벼운 발걸음. 왼쪽에 제주감귤 두덩어리 오른쪽에 물한병을 담아 등반을 시작했다.







이번 등반은 백록담이 목표가 아니었으니, 부담도 없었고 기냥 눈길을 걷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딱 요 위치까지 그랬던거 같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이러했다. 정말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연양갱을 먹고 힘내서 올라보자.








이 지점이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모르겠다. 윗세오름을 앞에두고 만세동산까지 올랐던거 같기도 한데, 등반을 시작한지 꽤나 오랜시간이 흐른뒤였다. 눈이 많이 내려 위로 오를 수록 등반객 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몇명의 등반객들은 눈보라를 대비하여 잠시 쉬며 옷매무새를 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잠시 뻣어 심호흡. 푹신한 눈침대. 자연이 주는 경이로운 선물.







주변은 보이지 않기 시작.







온통 새하얀 눈. 시야가 점점 좁아졌고, 앞사람이 가는 길을 따라 걸어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경로를 이탈하면 무릎 위까지 다리가 쑥쑥 빠지기 일 수 였다. 눈보라는 점점 심해지고, 얼굴 전체를 꽁꽁 싸맽는데 눈밑 틈새로 불던 바람에 살갗이 애이기 시작했다. 바람땜에 앞으로 전진하기도 힘이 들었고, 고글이라도 썻어야했는데 도무지 눈을 뜰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느 순간 부터 앞서 걷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 걸 뒤늦게 알아차린 나는 기분이 묘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상태로 걸었을까. 사람이 한 명 두 명 반대방향으로 걸어오는데, 모두들 하나같이 돌아내려가라고 일러주었다. 먼저 오르던 사람들이 날씨탓에 목적지까지 오르지 못하고 돌아내려오기 시작했던 거다. 몇 차례 반복적으로 그 얘길 들으니, 유턴을 해야되는구나라고 깨달았다. 결국 그날은 윗세오름을 보지 못하고 내려왔다.








한라산 등반을 실패하고 다른 목적지를 찾기 시작했는데, 제주에는 산 말고도 산이되지 못한 오름들이 굉장히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수많은 제주의 오름 중 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찾은 곳은 새별 오름.








겨울을 품은 새별 오름의 모습.








그런데 여기도 등반 실패. 사진상으로는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아보이지만, 실제는 체감 경사 90도에 육박한다. 중반까지 오르다가 나중에는 정말 기어가다 시피 해서 오르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못올라 가겠더라고. 않되는건 빨리 포기해야 다른 기회가 열릴테니.










그리고 열린 다른 기회는 돼지 두루치기 후르릅.








그리고 다시 찾은 이호테우해변.






이런건 한 번 쯤 지나치지 말고 읽고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날의 연보라색 하늘을 품은 바다의 모습.








모래 사장위에 발자국도 냄겨보고.








동네 아이들이 재밌게 놀고 있길래 말도 슬쩍 걸어보고.








이호테우해변의 랜드마크 두개의 등대를 만났다.







그냥 등대의 끝이 궁금해서...








이 곳도 올레코스의 일부분인가보다. 아직 다 걷지 못한 올레길도 걸어봐야할텐데. 내년엔 다시 그 길위에 서야겠다.








몸도 녹일겸 이호테우해변 근처의 아일랜드팩토리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천천히 지는 태양감상. 이제 제주도에도 왠만큼 괜찮은 카페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심지어 사장들도 젊고. 내가 늙은건가 싶기도 하지만.









완전한 어둠이 내리고 나서야 카페를 나왔다. 나와서 보는데 간판불이 켜진 위에 멍멍이가 내려다 보고 있었던 거지. 안녕~ 셔터를 누르니 고개를 돌리네. 









제주 여행 중에 잠시 들른 서점. 시내에서 이상하게 책방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검색해서 나온 우생당이라는 서점. 1945년도에 생겼나봐. 오래된 진풍경의 서점을 내심 기대했지만 내부는 새로 인테리어한 것처럼 환했다. 여행중에 항상 책을 한 권 소지하긴 하는데, 책장을 펼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주변에 책을 보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것 같고, 이제 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여자든 남자든 책을 보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나저나 노홍철이 차린 서점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당시 여행 중에 읽었던 책. 갑수씨 이야기. 한결같은 감정 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 우린 규탄받을 이유가 없다고 허지웅 작가는 말했다. 한때 그에 꽂혀 그가 쓴 책 전부를 읽었다. 최근엔 책은 안내고 청소하는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지난 1월의 짧고 굵은 제주 여행기.




다음 올레길을 기약하며...

아살리아의 5번째 제주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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