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크리에이티브 유럽 S1] #33. 체오헝크 에필로그

2015. 1. 31. 13:19Bravo Creative Europe/Stage1. 체오헝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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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크리에이티브 유럽 S1] #33. 체오헝크 에필로그


여행은 지난밤 끝이났고, 나는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어렸을 적엔 책속에서 다른 세계를 보았다. 새로움을 발견하고, 훗날 그것이 현실과 크게 이질감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도 뭔가 그 순간의 다른 맛을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성인이 되고는 이제 그 즐거움을 종이가 아닌 낯선땅에서 찾기 시작했다. 물론 그 둘다 각각의 갖고 있는 다른 매력들이 있지만, 특히나 후자만이 가지고 있는 좀 더 리얼리틱함과 예측불가능함, 그리고 총체적으로 눈앞에 펼쳐진 씬에서 온전히 내가 진두지휘한다는 그 짜릿함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그 설레임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사는거다. 시간이 흐를수록 추억은 흐릿해져 가겠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기억하는것은 늘 그것의 마지막 씬, 책장을 덮을때 나는 진심으로 마음의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이다.





이번여행 마지막씬 자그레브의 밤.










아침에 눈을 떳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오후 1시가 넘어서였다. 서둘러 눈을 뜬다면 반나절의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 자전거를 빌려주겠다던 마르코에게 오늘 반나절만 타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전날 밤 해두고 잠이 들었다.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지만 이 곳 동네를 대략 둘러본 봐로는 크게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잠결에 들었던 빗소리에 마지막 로멘틱은 수포로 돌아갔다. 침대위에서 버둥거리며 창문너머로 쏫아지는 빗소리를 감상하는것으로 그날의 로멘틱씬은 변경되었다. 이 씬의 진두지휘는 내가 하지만, 그위에 자연이 있다.










"아침 몇시에 먹을꺼니?"

"글쎄, 한 10시쯤?"

"오케이 준비되면 내려와"


나는 진심으로 이날 계단을 내려왔을때 테이블에 펼쳐진 모닝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 우리가 감동을 받는 순간은 예측불가능한것을 맞이 했을때이다. 마르코의 엄마가 만들어 주신 초코가 듬뿍들어있던 팬케잌의 맛을 잊지 못한다.











공항까지 다시 마르코의 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차안의 문고리가 부셔진것이 나도모르게 정겨워서 사진을 찍었더니, 마르코는 아마존에서 부품을 주문했는데 2주가 지나도 안온다고 투덜댄다. 












그날 떠나는 순간까지도 비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다. 날이 너무 좋았더라면 미련이 더 남았을것이다. 이별의 씬에 등장하는 소품으로 빗물만큼 좋은거도 없지 않은가.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마르코 앞에서 징징대니, 그는 그순간 창문 너머로 보이던 작은 성당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성당은 실제로 아주 오래된 유서깊은 그 동네의 상징물이었다. 마르코는 이동네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그래서 인지 그와 밖을 나서면 많은 사람들이 그와 인사를 나눴다. 그때 나는 그것을 보고 그는 참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또한 그날의 성당이야기를 들려주던 그가, 마치 잠투정을 부리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주 큰 어른 같이 느껴졌다.











비록 아마존이 배송을 늦게 해줘서 아직 고치지 못한 문고리의 낡은 마르코의 차였지만, 그 덕분에 안전하게 그리고 편하게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했다. 그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뒤, 나는 재빨리 공항으로 들어갔다. 이별은 늘 간결하고 짧을 수록 좋다.









아살리아의 브라보 크리에이티브 유럽 프로젝트 1탄, 체오헝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7개의 스테이지를 나눴었는데, 그 2번째 스테이지를 현재 준비중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두번째는 스페인-포루투갈-모로코가 되었어야 했는데, 

왠지 그 동네는 2주간의 시간으로는 부족할꺼 같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변경된 아살리아의 브라보 크리에이티브 유럽 프로젝트 2탄!


이탈리아편에서 만나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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