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길에] 인천-나리타-LAX

2012. 2. 15. 00:43America Dreamin' 1.0/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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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길, 출근길. 획하나 추가에 'ㄴ'을 뒤집었을 뿐인데 이렇게 느낌이 차이날수가. 혼자간다고 고집을 부려도 굳이 같이 가겠다며 엄마동행. 오빠까지 합류해서 공항으로 출발했다. 마지막까지 괴롭혔던 준비서류들, 결국 가는길에 구청에 들러 영문주민등록등본을 띄었다. 엄마가 그래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나며 제안하시길래, 사실 나중에 진짜 필요하게 되면 결국 엄마 몫이 될테니 번거로움이 생길걸 내다보신걸지도.

공항도착해서 알았다. 비행기 시간이 12시 55분이아니라 12시 15분인것을. 짐을 부치는데 알았다. 내 짐 무게가 23KG이 아니라 33KG인것을. 결국 급하게 10KG을 도로 빼내고 빼낸 짐에서 반은 엄마가 가져가고 반은 별도의 가방에 넣어 기내로 들고 들어가야했다. 가방들고 돌아다니기 싫어서 수화물 부칠 가방 하나로 깔끔하게 끝낸건데 아아악.

여유있게 떠나기전 지하에서 설렁탕을 굳이 먹어야 된다며 서두른 엄마였는데 시간을 보니 안되겠는거. 엄마 나 이제 갈께 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엄마가 하는말. 멀미약 먹었니? 아. 수화물 부쳐 버린 가방속에 잘 자고 있겠구나. 결국 또 급하게 공항내 약국으로 뛰어가 멀미약을 구입한다. 공항서 파는 멀미약 5천원이다. 갈색병에 담긴 맛있는 물약과 레모나같이 생긴 판란색 껍질안에 끈적이는 맛없는 약이 한셋트다. 만약에 약발이 떨어졌을때를 대비해 2셋트를 사뒀다.

엄마는 결국 막판에 눈물을 보였다. 오빠는 얘기한다. 군대갔다 생각하자. 쿨한 욱이. 내가 생각했던 헤어짐의 시나리오는 포옹을 하며 멋있는 멘트를 날리는 거였는데 엄마가 우는 바람에 나도 터져버려서 급하게 뒤돌아서 들어갔다. 계속 그 마지막 엄마의 모습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나중에 미국와서 스카이프하며 그때 얘길 하니, 엄마는 설렁탕 못먹어서 그랬지 한다. 나의 이중인격은 엄마를 닮았나보다.

눈물을 훔치며 출국심사. 미국은 신발까지 벗어야된다. 가방안의 놋북은 따로 꺼내고 통과하는데 삐비빅. 주머니속 아이폰을 안꺼냈구나. 이 우울한 마음을 달랠길은 쇼핑뿐이로세.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화장품과 썬글라스를 사는것은 잊지 않는다.


나리타 공항서 3시간 대기. 와이파이 잘 안잡힌다. 카톡 하다 승질나서 그만두고 명상의 시간.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타는데 가방검사 또한다. 자리를 찾아 두리번. 그제서야 내자리가 애매한 B인것을 알았다. ABC의 B이면 센터인데 이상하네 하며 자리에 앉아있는데 우르르 일본인들이 탑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앉은 라인에 멈춘 2명의 일본인. 일행인 것이 분명해진후 깨달았다. 인천공항 유나이트항공 데스크 직원은 개념이 없구나. 결국나는 그들에게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제안했는데 그들은 내 말을 못알아들었다. 아홉시간 이상을 애매하게 센터에 껴서 갈수는 없어 이번엔 바디랭귀지를 시도해보니 그제서야 고개를 심하게 몇차례 끄덕이며 아리가또를 외친다.

고행의 아홉시간은 50/50, 리얼스틸, 푸른소금과 함께했다. 한국영화가 있는게 좀 반가웠는데 푸른소금은 역시나 소문대로 별로였다. 비행기 타면서 기내식은 한번도 먹은적이 없는데 (비행기만 타면 식욕이 없어진다 희안하게) 이번엔 주는 두끼를 꼬박챙겨먹었다. 출발전 먹은 멀미약에 식욕촉진제라도 새로 첨가된건지 모르겠다. 



입국심사에 역시나 한참걸렸다. 엄청긴 줄. 몇안되는 공항직원. 기다리는 와중에 몇명은 빠꾸당하고 돌아서는데 대부분이 한국인인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뭐가 문제지싶었다. 다시 한번 작성한 세관신고서 입국신고서를 살피다가 돌아다니는 공항직원이 내꺼를 봐줬다. 내바로 앞 가나에서 왔다는 흑인꺼를 봐주며 부족한부분은 물어보며 채워준다. 내꺼도 내미니 쭉보더니 굿이라고 해줬다. 휴. 결국 그 덕분에 문제 없이 몇가지 질문에 대답한후 통과됐다.

예상대로 픽업해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내이럴줄 알았어. 공중전화도 안보이고. 직원한테 공중전화있냐고 물어보니 없다며 저쪽 빨간 자켓을 입고 있는 여자에게 가서 빌려보라길래, 다시 그 여자한테 가서 전화좀 쓰겠다니 로컬이냐고 물어본뒤 본인의 핸드폰을 내민다. 유얼 프랜드? 하길래 친구는 아닌데 설명하기 또 애매해서 그냥 예스했다.

회사에 전화를 하니 픽업자가 방금 출발했다며 30분기다리란다. 뭐 다행히 엇갈린건 아니였으니 내가 있는 게이트 넘버를 알려준뒤 가만히 앉아있었다. 누구하나는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엇갈리지 않으니까.



당시에 내짐. 다른건 몰라도 갈색가방위에 얹혀있는 저 별로 커보이지는 않는 검은색가방이 진짜 무거웠다. 막판에 기내에 들고 간 가방이 저건데 아 진짜 버리고 싶은 마음 여러번 들었다. 노트북 든 백팩도 피곤하니까 무겁게 느껴지고.

2월 9일 낮12시15분 인천출발, 도착하니 다시 2월 9일 아침10시. 비행기에서 한숨도 자지 못해서(물론 나도 모르게 조금이라도 잠을 잤을 수도 있으나 여하간 느낌은 안잔거 같다) 첫날은 핸드폰개통하고 마트에서 간략하게 쇼핑한 뒤 집에 들어와서 짐도 풀지않고 그냥 쭉잤다. 다음날까지. 그랬더니 바로 시차적응완료.

이제부터 미국생활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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