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 한 밤 중에 찾아 온 반갑지 않은 정전사태

2012. 3. 26. 03:25America Dreamin' 1.0/Track1.

728x90
반응형

침대에 누워서 여느때와 다름없이 내 놋북으로 크리미널 마인드 시즌5, 10화를 보고 있을때였다.
시간은 저녁 아홉시를 넘어 열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난 늘 책상위의 스탠드 불은 꼭 켜논다. 잘때도 이 불은 켜논다.

미드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징하더니 어둠이 찾아왔다. 가뜩이나 여기 좀 무서운 집인데(하우징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해두고) 순간 얼어서 뭘해야될지 멍해졌다. 다행이 모니터에서 발사되는 빛이 안심을 시켜주었다. 범죄미드를 봐서그런지 순간적으로 안좋은 생각이 들어가지고 제일먼저 내가 한것은 내방문이 잠겨 있나 확인하는 거였다. 지금 생각하면 좀 오바스럽지만 나는 그때 강도가 가택침입전에 전기를 끊어 논거라고 생각했다.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놋북의 볼륨을 낮추고 그담에 할수 있는게 불을 밝힐 수 있는 뭔가를 찾는 것이었다. 미국오기전 챙겨야 할 목록 을 꼼꼼히 챙겨뒀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손전등은 빼먹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모니터에서 흘러나온 자막이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담배를 안 피니 라이터도 없고 양초는 당연히 없고 애플스토어가서 급하게 플래시 앱을 다운 받는데 내일아침에 다운완료될꺼같다. (나는 simple mobile을 쓰는데 미국엔 메인 통신사 빼고는 3g망이 진짜 구린거 같다) 윗층에 사는 주인 멍멍이 5인방은 점점 격하게 짖어대기 시작했고, 그 아랫층에 사는 나는 조금씩 안구가 어둠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용기있게 방문을 열고 나와 이층으로 올라갔다. 역시나 큰 기대는 안했는데 주인아주머니는 안계신듯 문을 몇차례 두들겨도 대답이 없다. 어둠을 뚫고 내려와 어딘가 전기차단기 같은게 있나 싶어 벽쪽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떤 큰액자가 있어서 그 액자를 뜯었는데 그냥 창고였다. 그래서 다시 원위치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서 그냥 아래에다 내려놓고 돌아선다.

부엌 어딘가에 주인아주머니 전화번호가 있었는데, 평소에는 별로 전화할일이 없었는데 내방으로 돌아와 전화를 걸었다. 정전된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되냐니까 여기 근방 전체가 정전이란다. 손전등 이나 양초 같은게 있냐니까 미국엔 그런거 없댄다. 얼마나 자주 정전이 되냐니까 일년에 한두번이라던데 그날이 오늘인가보다라며, 보통 얼마나 지속되냐니까 2시간? 하신다. 아ㅠㅠ

아주머니도 지금 정전되서 주차장 도어가 안열려(전기로 여는거라서) 집에 못온단다며 좀 무섭다고 내가 말하니 아주머니께서 해맑게 하는말.

"눈을 감고 좀 누워 있어바"



불행중 다행인지 그날 정전은 약 30분정도 지속됬다. 한국은(내가 살던 곳이 아파트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정전이 되면 예비 전등이 들어온다. 그리고 관리실에서 친절히도 정전이 된 이유와 언제까지 지속이 되고 현재 어떻게 처리중에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불안하지 않게 차분히도 설명해 주는데 그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그 날 한 밤중에 찾아온 정전사태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아 미국 올때 꼭 손전등을 챙기고 초같은것도 하나 있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해가 진 후 샤워하는 건 신중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날 얻은 교훈.


그날 나를 그나마 안심시켜준 불빛. 아 어둠은 무서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