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배낭여행]Episode14.그곳에 올라(오르차편)

2010. 11. 14. 07:00Crazy Journey to Asia/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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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 - 그곳에 올라 (오르차편)
이 모든 것이 그곳에 올라서 있었던 이야기...

만약에 오르차에 있는 템플과 마할들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아니면 지금 이 곳이 오르차가 아닌 서울이라면…

좀더 가까이 보고 싶어 다가가면 어김없이 ‘접근금지’
안으로 들어가보려고 시도하면 어김없이 ‘신발을 벗으시오’
만져보고 싶어 손이 먼저가면 어김없이 ‘만지지 마시오’

마할들을 자세히 보면 어느하나 정교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오르차는 어딜가 보아도 이 같은 경고문구를 찾아 볼 수 없다. 진짜 정교한 고건축물들이 눈앞에 있고 직접 안으로 들어가보고 만져 보기도하고 계단을 딛고 올라서서 저 멀리 또 다른 고건축물을 바라보거나 시원하게 불어 오는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조금 지나면 이곳도 접근금지라는 명찰을 달게 될 날이 오겠지… 조금 이기적이지만 다음에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여전히 문을 열어두었으면 좋겠다.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통로까지도 말이다.


제할기르마할의 내부통로들.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보수공사가 한창인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트럭도 없고 요란한 소음을 내는 거대한 건설장비도 없고 오로지 망치 하나로 쭈그리고 앉아 뚝딱뚝딱. 정말 놀랬다. 이 위대한 보물의 보수공사를 저렇게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워 보이던지…

그래도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어찌 보면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할진 모르겠지만 그들이 접근하는 그 낡은 방식이 지금의 신속하고 능률적인 현대의 방식보다 위대한 고건축물에게 손상시키지 않고 다가갈 수 있는 위대한 방법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밝은 미소를 잃지 않던 인부들의 모습.





미로 같은 건물 내부를 둘러보다 문득 이 건물 안에는 나 혼자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무언가에 이끌려 좀 더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또한 든다. 라즈마할이나 제항기르마할은 특히 더 그렇다. 어느 순간 내부에 들어서서 주변을 둘러보다 나도 모르게 과거로 돌아가 그 이전에 이 내부가 어땠을 지를 상상해 보곤 했다.

조용히 눈을 감아 보았다. 지금이 방안에는 샹들리에가 위에 달려있고 이쪽 벽에는 화장대가 있고 반대편 쪽에는 침대가 놓여있고 그리고 침대 옆 창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 오고 있다. 방문을 열고 복도를 걷는다. 지나가다 보면 고풍스러운 촛대 위에 초가 내부를 밝히고 있고 아름다운 문양의 카펫이 내 발 밑에 있다. 그 카펫은 저 끝 방까지 이어져있다.

조용히 카펫을 따라 복도 끝에 다다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벽 전체가 책꽂이인 서재가 나온다. 수 만 가지의 서적들이 빽빽이 책꽂이에 꽂혀 있다.

다가가 12번째 줄 27번째 책을 꺼내면 그 뒤에 버튼이 있다. 버튼을 누르니 한 쪽 벽의 책 꽂이가 밀려 비밀통로가 나온다. 좁은 계단이 아래로 나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새로운 공간이 나왔다.

상상에 나래를 펼치다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보면 어두운 내부와 차가운 벽만이 그곳에 남아있다.



이게 다 보석들이라구.




특히 제항기르마할에서 올라서 오르차 전경을 감상하는 것은 백만불 짜리다.

고층빌딩, 네온사인, 시끄러운 차, 길게 뻗은 인위적인 도로 어느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자연으로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져 있다. 거기다가 그 더운 오르차에 그곳만큼은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주니 금상첨화다. 그때만큼 날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 적은 없었다.

제항기르마할에 올라서 내려다본 라이프라빈마할의 모습.

왕이 그의 후처를 위해 지어주었다던 신비한 배수관의 비밀을 품고 있는 마할.

(사진을 크게 보려면 클릭!!)




이 모든 것이 그곳에 올라서 있었던 이야기... 

 지금 어디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우리가 찾았던 오르차의 수 많은 보물 중 한곳에서 있었던 일이다. 계단을 밟고 조금만 올라서면 내부로 진입이 가능한 곳이었는데 그 안에서 잠시 앉아 쉬고 있었다. 꼬마아이 둘이 우리한테 접근해서 1루피만 달라고 구걸을 하는데 한 꼬마아이의 무릎이 까져있는 거다. 다른 꼬마는 저 쪽 편에 있는 어른무리들의 눈치를 슬슬 살핀다.

아 저 어른들이 이 어린 꼬마아이들에게 구걸을 시키고 있는 거 였다. 우리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으니 여러 차례 아이들은 우리와 저쪽 편을 왔다갔다하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갑자기 승질이 났다. 무릎 다친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들이대며 1루피만 달라고 하는데 주고 싶어도 저 쪽 편에 있는 어른들이 너무 싫었다. 우린 끝까지 지갑을 열지 않았고 대신에 친구가 그 아이의 무릎에 대일 밴드를 붙여주었다. 그리고 호호 불어주었더니 어느새 아이의 표정은 신나있었다.



어른들이 시켜서 마지 못해 그러는 걸꺼야?

너희들도 분명 꿈이 있겠지?




우리 옆에 쪼르르 앉아 우리가 갈 때까지 옆에 꼭 붙어있더니 우린 나중에 그곳을 벗어나 계단을 내려오는데 그 아이가 따라 오더니만 건물 앞에서 우리를 한참이나 쳐다본다. 쉽게 돌아서지 못하고 한동안 계단 위에서 그 아이를 올려다보는 친구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이 사진을 나는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그곳에 올라서 있었던 이야기...
To be Continued...

아살리아의 클라우드나인 인도배낭여행 오르차편 (Episode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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