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4. 11:25ㆍCrazy Journey to Asia/India
Episode 27 - 정신없던녀석 (마날리편)
나는 주로 화자가 되기보다는 청자가 되는 편이다. 그래서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수다스러운 사람에게 끌리는 편인데 그 떄 마주친 애들 중 초당 여덟마디를 하는 정말 정신 없는 친구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당시 상황을 어렴풋이 떠올려보면 가지고 있던 기미테를 좀 늦게 붙여서 초반에 멀미증상을 느꼈던 나는 창가에 머릴 처박고 억지로 잠이 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고 내 친구는 옆 좌석에 앉게 된 애들과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잠들기 직전까지 내 귀로 들려 왔던 속사포 말빨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정신 없는 사람을 대면하게 된 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 무리들의 정체는 국적은 인도였는데 전혀 외관상으로는 현지인같이 생기지 않았으며(피부색이 일단 하얗고 차림새는 오히려 당시의 우리보다 더 있어 보임) 나이는 우리 또래였던 거 같은데 학생이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방학해서 마날리로 놀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정말 쉴새없이 깔깔깔 떠들어대고 중간중간 내 친구에게 나를 가리키며 저 친구는 왜 잠만 자느냐는 둥 어쩌냐 둥 묻는 듯 했고 중간에 차가 휴게소에 들렀을 즘에는 내 친구를 포함해서 그 무리들이 우르르 내리더라.
나중에 일어나서 친구가 나에게 그 무리 중 가장 말이 많고 빨랐던 녀석에게 얻어먹은 음료수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밤과 새벽을 달려 마날리에 도착할때까지 그들의 수다는 멈추지 않았다.
새벽녘. 몽롱한 정신으로 봤던 차창 밖 풍경.
한숨 자고 눈을 떴을 때 차창 밖으로는 안개 낀 산 속 어딘가를 달리고 있음직한 풍경이 펼쳐졌고 다시 고개를 돌렸을떄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하는 그 정신 없던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 전까지도 계속해서 자리에 일어나(이 친구는 버스 안에서 좀처럼 앉아 있지 않고 계속 버스 복도를 누비고 다녔다) 무리들의 대화를 주도 하던 그가 잠에서 깬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내게 처음으로 건 낸 한마디는 그가 내뱉은 말 중 가장 짧고 임펙트 강한 말이었다.
“Good Morning!!!”
P.S 1. 정신 없던 녀석이 자신의 친구들과 우리들에게 꼭 백반같이 생긴 조그마한 덩어리를 나눠줬는데 이게 뭐냐고 하니 아침에 일어나서 먹으면 양치를 안해도 된다고 입안이 상쾌해지는 거라고 했다. 종종 카페에서 밥을 먹고 카운터에 보면 입가심용으로 놓여있는 이것을 마주할 수 있다. 그 후로 여행 중에 이것을 마주 할때면 그 때를 떠올리며 친구와 웃곤 한다.
P.S 2. 마날리에 도착해서 그 정신 없던 녀석의 무리들은 뉴마날리로 간다고 했다. 자신들의 호텔에서 묵지 않겠는냐 같이놀자 등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의 목적지는 올드마날리였다. (주로 배낭여행객들이 찾는곳) 아쉽지만 다음에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잘가~반가웠어~
To be Continued...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입가심용이 두 종류가 있는데 왼쪽에 있는 것이 그때 그 정신없던녀석이 건네줬던 것이었다.
잠이 덜깨서 건내받았을때는 하얀가루로 보여서 이거 혹시....?? 했었는데...ㅎㅎㅎ
아살리아의 클라우드나인 인도배낭여행 마날리편 (Episode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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