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여행시즌투] #18 - 비오는 날의 올레길 (제주 올레길 11코스)

2011. 9. 21. 15:00Lovely Jeju Island/Season2.(JUL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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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비오는 날의 올레길 (제주 올레길 11코스)

비오는 날 걷는 올레길은 어떨까?





이번 제주여행 처음으로 배낭을 맨체 올레길위에 올랐다. 대정게스트하우스 아저씨는 11코스를 걷는다는 나를 보고 숙박을 걱정하시며 짐을 두고 가라고 하셨지만 다시되돌아 오는걸 싫어 하는 나는 (그렇지만 그날의 선택은 어리석었다) 기어코 될데로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배낭을 싸들고 나섰다. 그날 비는 억수로 왔고 우비를 입고 우산을 들고 카메라를 들고 배낭을 매고 참 불편하게 11코스 스타트를 끊었다.

사진 한컷 찍기가 참 힘든 비오는날, 최대한 찍고 싶은 순간을 자제를 하며 길을 걸었고 출발한지 30분이 채 되지않아 길을 잃었다. 올레싸인을 놓쳤다. 비도오고 올레싸인도 잘안보이고 뭐 그런 11코스였다.
안되겠다 싶어 다시 마지막으로 올레싸인을 봤던 곳으로 되돌아 갔고 가는 길에 부모님연배의 부부를 만났다. 왠지 올레꾼느낌이 났으나 오지랖이라고는 거의 뭐 바닥을치는 개인주의인 나로써 그들을 그냥 지나쳤으나 아... 부모님생각이 나는 바람에 다시 또 돌아가 그들을 불렀다.

"저기요. 올레길 걸으시는 거죠. 그쪽으로 가시면 안되요. 저도 지금 되돌아 오는 길이에요"





올레길 11코스 모슬봉 진입전까지는 이렇게 공동묘지를 헤쳐간다.
비오는날 공동묘지 혼자...음흠?

모슬봉입구에 도장함을 발견하고 가방을 내렸다. 왜냐하면 올레패스포트에 도장을 찍어가야되는데 가방안에 그것이 들어있고 나는 가방을 매고 우비를 입은 상태다. 그리고 카메라를 젖지 않게 해야하며 우산을 목으로 받치고 그러니까 참 짜증나는 행위를 치뤄야하는거다.

비를 피할만한곳은 없고 나는 비에 젖어도 되지만 내 소중한 카메라와 패스포트는 젖지 않게 조심히 도장을 꾸욱~ 다시 찬찬히 가방에 패스포트를 넣고 물한잔 마시며 공동묘지를 내려다 보며 심호흡.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우비를 입은 사람 둘. 아까 만났던 그 부부였다. 분명 나보다 앞서 그분들은 걸어 가셨고 어느순간 격차가 많이 벌어져서 시야에서 사라지셨는데 지금은 이렇게 나보다 뒤쳐져있다. 이유를 물으니 공동묘지 어느 부근에서 또 한번 길을 잃으셨다고.

혼자서 걸으면 안무섭냐. 올레싸인은 잘도 찾는다. 길을 잘 찾아 오네. 중간에 내가 안보여서 걱정했다고까지 하시며 오히려 나를 걱정하신다. 나는 그런 그분들이 또 길을 잃고 헤매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마지막 떠나시며 제주감귤을 주셨다. 아주머니께서 4개를 주셨다. 아저씨가 죽을 사라며 하나를 도로 뺏어가셨다. 가방을 다 챙긴나는 귤을 들고 갈수 없어 양쪽주머니에 한개씩 그리고 나머지 한개는 남방앞주머니에 꼿아 넣고 또 다시 출바알~





모슬봉에서 죽다 살아났다.
그리 높지 않은 봉인데 굉장히 길이 좁다. 오르는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내려오는길에 나는 몇번이나 산길을 굴러야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등산화를 신는 구나. 진흙에 뒤범벅되어 내려 오며 마지막에는 정말 위험을 감지하고 어차피 다 버린옷 그냥 미끄럼틀을 탓다.

올레길 관계자분. 모슬봉 내려가는길에 돌이라도 묻어주세요.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손이 다 찢어져서 만신창이가 되있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구르는 와중에도 주변 나뭇가지들을 마구잡이로 잡았는지 뭐 기억도 잘 안난다. 그 순간 엄마를 외친거 같다. 인간의 참 끈질긴 생명력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정난주 마리아의 묘.
올레길 11코스의 마지막 묘지.

가장 중요한 정보는 바로 여기에 화장실이 있다.
거울에 비친 정말 꼴불견이 내 몰골을 보았다. 물을 틀어서 깨끗하게 추스리고 있는 와중에 또다른 올레꾼을 만났다. 가족단위 여러명이서 함께 걷는 단체였는데 코스를 몇시에 출발했냐고 내게 묻기 시작하면서 본인들은 몇시간만에 지금여기 와있다고 주저리 주저리 자랑을 하신다.

내 정말 대단하군요. 그냥 저는 단지 당신네들이 신고 있는 등산화가 부럽네요. 방금 전 모슬봉에서 아찔한 순간을 만끽하고 와서 말이죠.









안녕?  비오는 날의 올레길에서 만난 친구들.

마지막 달팽이를 보고나서 어디가서 잠시 쉬어야 할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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