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여행시즌투] #19 - 곶자왈과 현순여 할망집 (제주 올레길 11코스)

2011. 9. 23. 03:30Lovely Jeju Island/Season2.(JUL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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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곶자왈(=비밀의 숲)과 현순여 할망집(=귀곡산장) (제주 올레길 11코스)


쉬어갈 타이밍.
제주 올레길 11코스의 가장 난코스! 곶자왈을 앞두고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신평편의점.
11코스 중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라는 그 누군가의 말처럼 이 곳에서 잠시 쉬어갔다.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왼쪽 미닫이 문을 열면 매점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주인아주머니를 만났다.



이때 마신 시원한 냉커피는 정말 꿀맛!
주인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얘길나누며 쉬고 있는데 동네 주민 아저씨 두분이 들어오셨다.
막걸리를 주문하신 그 아저씨 두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됬는데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곶자왈로 간다는 내말에
아저씨들은 또다시 나를 걱정하시기 시작하신다.

"이렇게 비오는날?"
"혼자서?"
"시간이 너무늦었어"
"안 무섭겠어?"
"나는 돈준다고해도 안가"
"여기 주인아주머니한테 연락처 남기고가"

그날 실제로 아저씨들이 내게 해주신 말들 중 기억나는 문구만 적은건데
여하간 곶자왈 얘기가 나오자마자 아저씨들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셨다.
심지어 너무 많은 걱정을 해주셔서 나중에는 좀 웃기기까지했다.
너무 오바하시는 거 같기도하고 곶자왈이 정말 그런곳인가.




자!자!! 이제부터 곶자왈로 들어가봅니다~

그.. 영화 천정명이 나왔던 헨젤과 그레텔.
그 영화를 보면 천정명이 숲속에서 계속해서 헤매는 장면이 나온다.
숲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헤매는데 왠지 곶자왈을 걸으면 그런느낌이 든다.



저 위 사진의 올레싸인만 잘 찾으면 너무 재밌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거다.
난 한번도 여기 곶자왈에서 올레싸인을 놓치지 않았다.
막 걷다가 너무 길이 아닌거 같아서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올레싸인이 나타났다.
그 흥미진진한 느낌!



나무가 쓰러져있어도 이곳 또한 올레길이다.
사실 사진상으로는 조금 밝아 보이지만,
곶자왈의 70%이상은 굉장히 내부가 어둡다.
나무의 밀도가 굉장히 촘촘해서 일반적인 산책로나 등산로를 생각하면 안될것같다.

그래서!
아주아주 신난다!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도 들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도 들고!
제대로 된 자연산 미로찾기!



저 멀리 한줄기 빛이 보이고 올레싸인이 중간에 따악 보이는가!
심봤다를 외치고 싶은 그런 순간순간들이 여기 곶자왈을 걸으면서 수도 없이 든다.

한 두 번 정도인가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해야하는 순간이 오기도 했는데
그냥 그나마 길 같은곳으로 가면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여기 곶자왈 코스의 길이가 좀 길다.
막판에는 밤이 될것 같아 막 뛰다시피했는데 끝났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는순간
왔던만큼 다시 되돌아 나가야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그곳은 유턴지점.
 


그 유턴지점에 써있던 경고문구.
'산에서는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행동 하시기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안전을 위해서는 둘 이상이 맞는 말이지만
왠지 여기 곶자왈은 혼자 통과해야 재미와 스릴을 맛 볼 수 있을것 같다.




곶자왈을 무사 통과하고 나서 또다시 만난 안내판.
11코스를 완주하려면 왼쪽으로 가야 하지만
안내판에 적힌대로라면 늦은시간에는 오른쪽으로 가서 마을로 빠져나가라는 거다.

아직 다행이도 해가 지진 않았지만
시간을 보니 6시가 넘어있었다.
아직 숙소도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을로 나가서 짐을 풀고
내일 아침일찍 남은 11코스를 완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1코스에는 정말 그 대정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말대로 숙소가 없었다.
그중에 올레꾼들을 위한 할망집이 한군데 있어서 다행이었다.

현순여할망집.
예전 1코스를 돌을때 묵었던 할망집에 대한 좋은 기억이 남아있어서
이번에도 하루정도 할망집을 택했다.

전화를 걸으니 할아버지가 전화를 받았고
숙소까지 길을 못찾아서 결국 할아버지가 대릴러 나와주셨다.
위에 사진에 보이는 저 호수가 할아버지께서 나를 픽업해주신 장소.
참 비오는날의 운치있는 호수였는데 말이지.




숙소안에 있었던 몇가지 책중에 올레길 관련 책자를 발견했다.
거기에 소개된 현순여 할망집.
나를 픽업하러 오신 할아버지는 남편 박태주 할아버지였다.
사실 이책을 보기전까지는 약간 불안하긴했다.

할망집이라고 전화를 걸은건데 남자가 전화를 받았고
나를 데려간 곳이 깊은 산속에 있는 집이라서
여기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약 3초정도는 해본거 같다.

혼자라서 숙박비를 2만원을 받으셨다.
그래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이 깊은 산골에서 먹고 살아야되고
또 나를 픽업까지 하러 오셨으니 기름값도 생각하고
또 지금 여기 묵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걸로 봐서 장사수완도 별로 안좋은것 같은데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합리화해가면서...

앗 그런데 지금 여기 묵는 사람 진짜 아무도 없눼?



방 내부사진.
혼자 쓰긴 정말 넓다.
그러나.
포토샵으로 색상을 조절한게 아니고 정말 그날의 현순여할망집의 조명은 붉은 색이었다.

이 깊은 산골에 붉은조명의 방내부.
비오는날.

아까 그 책자에 보였던 두 노부부의 이야기에
만약 안타까운 사망 뭐 이런맥락의 글이었다면
정말 여긴 귀곡산장이 될뻔했다. 
아 나는 너무 쓸데없이 상상력이 풍부해. 흣.




다음 날 아침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나오면서 무사히 하루를 묵은것에 감사하며
내가 묵은 방 건물 외부사진.
약간 별채같은 개념이었다.

근데 사실 그날 밤에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일단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거미의 시체에 으악!

그래도 샤워를 해야하니 물을 틀고
(참고로 여긴 샤워기가 없고 바가지로 해결해야된다)
큰양동이 안에 바가지가 하나보이길래 집어들었더니
그 밑에 찌부된 거미 시체하나. 으악!

욕실 문을 닫으려니
문에 가려져있던 벽 바로 밑 틈새에 사이에 끼어있던 거미 시체하나. 으악!

그리고 그 문 뒤에 붙어있던 아주 큰 대왕파리시체하나.

거미시체 셋, 대왕파리시체하나와 함께하는 샤워타임~룰루~!
나는 샤워하는 내내 그 시체가 자기자리를 굳건이 지키고 있어주길.
절대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자리를 이탈하는 경솔한 행동은 하지 말아주길.
나를 배신 하지말고 의리를 지켜주길 바라는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초스피드로 샤워를 해야만 했다.

아찔한 샤워를 맞치고 잠을 자기 위해 이불을 폈다.
가장 뽀송뽀송하고 푹신한걸로 골라잡았다.
최대한 욕실에서 먼쪽으로 자리를 펴고 누워서 스카이라이프를 시청했다.
귀곡산장같은 곳에서 시청하는 스카이라이프라...

새벾에 바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밤새 티비를 켜고 잠을 청했다.

잠을 청했다.
아...
그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있는 생물의 습격을 받아야했다.

모기...

에어컨을 이빠이틀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돌돌말아서 잠을 자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 이불을 개는데 머리 맡에 같이 잠을 자고 있던 벌을 발견.

현순여 할망집은
거미와 파리 벌과 모기가 공존하는 아주 알흠다운 자연그대로의 동물의 세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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