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크리에이티브 유럽 S2] #44. 시칠리아 스칼라 데이 투르키 (Scala dei Turchi), 터키인 들의 계단

2016. 1. 24. 00:00Bravo Creative Europe/Stage2.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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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크리에이티브 유럽 S2] #44. 시칠리아 스칼라 데이 투르키 (Scala dei Turchi), 터키인 들의 계단




다시 한 번 나의 그린과 함께 림보 속으로 들어가 볼까?


5개월만에 다시 돌아온 지난 이탈리아의 여행기. 사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지금 얘기할 바로 이 곳 시칠리아. 마피아의 섬으로도 알려진 시칠리아 여행을 계획했던건 단순히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난 후였다. 순 백의 절벽이 푸르른 바다와 맞닿아 있는 그 사진을 보고 이곳을 가봐야겠다고 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서 한 장의 사진에 꽂혀 브라츠의 볼 해변을 가본 지난 날 처럼 말이다.


때로는 단 한가지 무언가에 맹목적으로 꽂혀 여행이 시작되기도 한다.









피렌체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시칠리아의 카타니아라는 도시로 날아왔다. 깜깜한 암흑 속 낯선거리를 구글맵 하나로 의존하며 30분가량 헤매다 숙소에 들어오니 근사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던 복층구조의 룸을 만났다. 역시나 나의 에어비앤비 운발은 여행내내 계속되는 듯하다. 










푹 잠을 자고 시칠리아에서의 첫 아침을 맞았다. 지난 밤 숙소를 찾아 헤매였던 낯선 거리들은 아침에는 북적였던 재래시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열대 과일 같아 보이던 것을 불에 구워 먹던 그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의 머릿 속엔 단 하나의 목적지만 있을 뿐이었다. "스칼라데이트루키"!!










베이스 캠프로 둔 카타니아는 시칠리아에서 동쪽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제법 큰 도시였다. 시칠리아는 두 곳에 공항이 있다. 서쪽의 팔레르모와 동쪽의 카타니아. 많은 여행자들이 시칠리아의 해안을 따라 일주하는 여행을 하지만, 여기 제주도 정도로 생각하면 안되고 (실제 면적 14배 이상 차이남) 우린 일정이 짧고 주요 스팟만 찍고 다니는 여행이 제일 구리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과감히 반쪽을 포기했다. 


우리의 목적지가 아그리젠토라는 남부의 도시에 가깝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숙소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달려가 13.4유로에 버스표를 샀다. 전광판 36도를 가리키는 더운 날씨에 세시간을 달렸다.









세시간의 버스 탑승은 근사한 경치를 선물해 주어 괴롭진 않았다. 버스에 내리자마자가 문제였다. 낯선 시골동네에서 이름만 달랑 알고 있는 곳을 찾아 가는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건 그리 많지 않았다. 위험성과 경비절감을 따져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었으나 이런곳에 대중교통이 있을리 없다. 터미널 직원에게 가는 법을 물어 보려 하니 말이 안통한다. 어떤 아주머니가 우리의 불쌍함을 가엽게 여겨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한 젊은 여자는 우리에게 택시를 타라고 한다. 어떤것이 택시인지 이방인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이곳에서 한 할아버지가 다가왔다.


"스칼라 데이 트루키"


허름한 차를 소유하고 있던 할아버지는 그날만 갑자기 택시드라이버가 된건지 어쩐건지 확인할 길이 없다. 처음 부터 냉큼 탈 수가 없어 그와 미묘한 기싸움을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저만치 멀리 떨어진 벤치에 앉아 우왕좌왕 하는 우리 일행에게 시선을 두었다. 이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자 마자 그제서야 우린 저 멀리서 그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음을 눈치챘다. 우리의 시선이 그에게 닿는 순간 그는 저멀리서도 들릴꺼 같은 "끄응"거림으로 무릎을 두 손으로 짚고 힘겹게 벤치에서 엉덩이를 땠다.


"거봐. 별 수 없이 내 차례를 타게 될거라고 했잖아" 


역시 이곳은 마피아의 섬이고. 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힘이 있는 자였다.









아그리젠토 터미널에서 스칼라 데이 트루키까지는 차로 30분을 더 달려야만 햇다. 우린 그의 차를 이용하는 댓가로 다시 버스터미널까지 돌아 오는것까지해서 50유로를 지불했다.










주유소를 들른 그는 기름을 먼저 넣고 출발한다. 할아버지이긴 하나 전직 마피아였을지도 모를 그의 신분을 의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의 사진을 찍는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카톡을 보내 혹시 오늘 내로 연락이 안되면 이 사진을 보고 나를 찾으라던 일행의 엉뚱함에 긴장감이 도는 그 순간을 웃고 넘어갔다.










우려와는 다르게 할아버지는 정확히 30분을 달려 바닷가로 우리를 내려 주었다. 저리로 가면 있을꺼다라라고 손짓을 하고는 다시 만나기를 약속했다. 모래사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스칼라 데이 트루키라고 써있는 푯말을 발견했다. 제대로 왔긴 왔구나 했다. 이 푯말에서부터 30분을 더 걸어야만 했지만 말이다.













왔다. 이곳에.


"스칼라 데이 트루키"


터키인들의 계단이라고 하는 그 곳에, 피렌체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카타니아에서 아그리젠토까지 버스로 세시간, 다시 아그리젠토 터미널에서 해안가까지 택시로 삼십분, 해안가에서 모래사장을 따라 이곳 스칼라 데이 트루키까지 걸어서 삼십분.






















이 위를 걸으면 발바닥이 하얕게 변한다. 새하얀 절벽과 푸르른 바다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바라만 본다라는 것.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만은 없는 이 한 순간을 위해...













그 곳에서의 마지막을 저 멀리서 다시 바라보며 돌아섰다. 돌아가야지 이제.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을까라는 부질 없는 생각도 할 겨를을 주지 않고, 멀리서 또 우리를 지켜본 것 마냥 어디선가 그는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한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야무지게 핥아 먹으며... 그는 수 없이 그 하얀 절벽을 봐왔을거다. 그는 어쩌면 하얀절벽보다 손에 든 하얀 아이스크림이 더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듯 햇다. 어쩌면 정말 그는 아주 힘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스칼라 데이 트루키. 터키인들의 계단. 아이스크림을 손 에 든 할아버지와의 만남.



아살리아의 크리에이티브 유럽 프로젝트 2탄,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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