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여행] 노보리베츠, 코죠하마 온센 호텔 이즈미 (Hotel Izumi)

2017. 2. 20. 00:00Crazy Journey to Asia/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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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여행] 노보리베츠, 코죠하마 온센 호텔 이즈미 (Hotel Izumi)


아침에 눈을 떳는데 눈 앞에 보이는 창문이 낯설게 다가오는 그 느낌이 좋다. 그 기분이 그렇게 설레일 수가 없다. 삿포로 시내에서 2박을 머물게 될 호텔을 고르는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노천탕이 있는 일본식 전통 료칸 스타일의 호텔을 고르는데는 꼬박 3일이 걸렸다. 아침에 눈을 떳을 때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 포근한 햇살과 근사한 설산을 보려고 그랬나보다.










삿포로를 가면 노천탕이 있는 호텔들이 줄지어 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삿포로는 시내이고, 노천탕을 가려면 온천으로 유명한 남쪽으로 기차를 타고 가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홋카이도에서 온천을 즐길만한 곳은 여러 스팟이 있는데 나는 그 중 노보리베츠를 골랐다. 사실 노보리베츠를 골랐다기 보다는 내가 고른 호텔이 이 노보리베츠 기차역으로 픽업을 나와준다고 했다.












다시 시간을 거슬러 여행 시작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이번 겨울여행, 나는 제주에어를 타고 신치토세 공항으로 날아왔다. 고작 두시간 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올걸.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다니.










공항에 내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눈의 나라답게 눈이 제법 쌓여있었다.











그리고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달려가 로이스 초콜렛을 사는 거였다.












일본서 기차타는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얘기를 10년 전에 들은바 있다. 다시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일본기차 이용은 굉장히 사용자를 고려한 시스템으로 진화해 있었다. JR을 이용하려는 여행자에게 유용한 어플이 있다. HYPERDIA, 이거 하나면 만사오케이.










이번여행은 처음부터 혼자 하려고 계획했던건 아니었는데 결국엔 혼자 오게 되었다. 떠나기 전날까지 병원을 들락날락 거리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사상최초 비행기 노쇼를 해보는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떠날 날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기똥차게 컨디션 회복. 결국 또 이렇게 하늘을 날아 낯선 땅위에 발을 내딛고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삿포로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신치토세 공항으로 들어간다. 공항을 기점으로 북으로 4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삿포로가 있고, 다시 그곳에서 30분정도 북으로 올라가면 오타루가 있다.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인 비에이라는 곳은 삿포로를 기준으로 동북쪽으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그리고 내가 가야할 노보리베츠는 이것들과는 정반대로 공항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50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자. 그렇다면, 당신이라면 여행의 루트를 어떻게 정할것인가. 북으로 먼저 갈것인가, 아니면 남으로 먼저 갈것인가.











어느 것에 하이라이트를 두느냐, 그것이 여행 루트의 키다. 보통은 하이라이트를 마지막에 남겨두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유종의 미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행의 스토리를 이렇게 정했다. 삿포로에 가서 로이스 초콜렛을 사재기 한 뒤, 새하얀 평원으로 달려가 지겹도록 눈부신 하얀 설경을 감상하고 뜨끈뜨끈한 노천탕에 몸을 담궈 바다를 감상하다가 새해 계획을 세우며 이번 여행의 유종의 미를 거둔다. 그런데 나의 유종의 미는 원하는 날짜에 남아 있는 호텔 객실의 부재로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지 또, 인생사가 계획대로 흘러갈 일이 없지. 


그래서 공항에 도착 하자마자 노보리베츠부터 오게 되었다. 내가 만든 이번 여행의 스토리텔링을 유지하고 호텔을 다른 곳으로 바꿔야하나했지만, 이 호텔 아니면 안되었다. 그 이유는 계속 본 포스팅을 보고 내려가면 안다. 여하간 난 이 호텔 꼭 가야했고, 내가 만든 스토리 다 뒤집어서라도 남아있는 객실 날짜에 내 일정을 껴맞췄다. 그러다 보니, 오후 비행기는 노보리베츠 기차역에 도착했을때 이미 어두워진 밤을 내게 선물했다. 그렇지만 내 이름이 적힌 작은 피켓을 혼자 들고 서 계시던 할아버지를 보고 나서 나는 정말 이곳에 잘 왔다고 생각했다.














핫스프링 몇시까지 해?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한 사항이었다. 밤에 늦게 도착해서 혹시나 온천을 못할까봐 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야외 노천탕은 24시간이었다. 청소시간인 아침 9시반부터 12시까지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아침과 저녁, 송영버스시간등을 미리 얘기해두고 룸키를 건내 받았다. 














방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유카타를 입는 법을 검색해 보는 거였다. 유카타는 다 벗고 입는 건가? 어떤게 남자 옷이고 어떤게 여자 옷이지? 옷자락의 방향은 왼쪽과 오른쪽 어떤게 먼저 안쪽으로 두르는 건가? 끈은 어떻게 매는 거지? 이 괴상하게 생긴 양말은 뭔가?
















유카타를 입어보았다. 객실에는 총 3셋트의 유카타가 있었는데 남여구분은 없고 기장으로 사이즈를 구분에 놓았다. 나는 중을 골라 잡았다. 오른쪽 자락이 안쪽으로 가게 하고 길이가 자신의 복숭아뼈까지 오게 자락을 땡긴다. 다테지메라고 하는 끈을 허리에 둘러매고 뒤에서 한번 교차 한 뒤 앞에서 매듭을 짓는다. 주름이 지지 않게 펼치고 겉옷으로 하오리를 걸친다.














생각을 해 보았다. 노천탕은 공용이기 때문에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가보는거다. 그렇다면 그 시간이 언제일까. 새벽 두시 혹은 세시?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진도 좀 찍고 싶고 바다도 봐야되는데 깜깜한 밤에 가봤자 보이는게 없을거다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렇담 아침일찍 해뜨기 직전이 적당하다 싶었다. 여기 객실에 묵고 있는 연령대가 다소 높은 걸로 봐서는 아침형 인간의 모닝욕은 아무리 빨라도 6시일거다라는 생각. 그렇다면 나는 5시가 되기전에 가야겠다.













그래서 야밤에 나혼자 티타임을 즐겼다. 잠을 청해 볼까 누워봤지만 이상하게 잠이 안왔다.













객실에 있던 퍼즐도 좀 해보다가. 등도 좀 두둘겨 보고.














웰컴푸드가 있길래 하나 까먹고.
















뜨거운 물이 있길래 컵라면을 먹었다.















다시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멍 때리며 시간이 흐르길 숨죽여 기다렸다.















응? 한 숨도 안잔것 같은데, 커튼을 젖히니 어느덧 해가 뜨고 있었다. 아니 이미 해가 중천에 뜬 기분이었다.












 



잽싸게 준비물을 챙겨서 료칸으로 향했다.














미닫이의 나무문을 밀어보니 작은 공간이 나왔다. 동네 목욕탕스러운것이 맘에 들었다. 저 흰색의 바구니에 유카타를 벗어놓았다. 











앗싸. 역시 나는 행운아. 조금 늦었을 줄 알았지만 와보니 아무도 없다. 뿌옅게 김이 서린 료칸에서 나혼자 모닝욕을 즐길 수 있었다.











기본 욕실용품은 갖추고 있다.














탕 내부에는 작은 사우나 시설도 있다.











크큭. 꿈에 그리던 대망의 노천탕이 저 너머에 보인다. 역시나 바깥에도 아무도 없다.














규모는 작지만 아늑하고 근사한 노천탕이었다. 역시나 포근하고 따뜻한 온천물은 보드랍기 까지하다. 노천탕이라 탕속으로 걸어 들어 가기까지 엄청 추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춥지 않았다. 기분 탓이겠지.













그린도 신났네. 탕 바로 코앞에서 리얼 눈을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나는 요렇게 눈쌓인 들판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며 나 혼자만의 온천욕을 즐겼다.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코끝은 시원하고 몸은 따뜻해지고. 조식시간을 8시로 예약해서 8시를 10분 남겨두고 돌아서야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여기 노천탕은 근사했다. 그리고 두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이 공간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있는 동안 노천탕을 즐기러 나온 사람은 고작 2명 뿐이었다. 그 2명도 잠깐 들어왔다 별 감흥이 없는지 금방 나가던 일본인이었다.











개운하게 온천욕을 즐기고 나와보니 어느덧 해는 완전하게 떠서 하얀 눈밭을 더욱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이제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볼까.











식당은 부페를 생각했는데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쳐져있었다.










그리고 더 놀랐던건 이미 내 자리가 셋팅되 있었다는 거다. 방번호와 함께 커다란 벤또가 테이블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호텔 이즈미의 조식. 원채 일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조식은 군더더기 없이 훌륭했다.












하루만 머물다 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다. 바다전망에 노천탕을 품고 있는 여타 다른 호텔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아늑하고 조용한 정말 쉴수 있는 그런 분위기의 료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렴하다. 호텔 이즈미. 


아직 한국의 블로거에는 소개된 포스팅이 별로 없어 잘 알려진 곳이 아니라 더욱 시크릿 플레이스 같은 곳인데, 나 혼자만 알고 있다가 다음에 또 재 방문해야지라는 생각을 잠시했었지만 굳이 호텔명을 거론하며 포스팅을 올리는 이유는 혹시나 나와 같은 취향의 여행자가 정보에 굶주려 있다면 이 글을 보고 꼭 이곳을 방문해서 꼭 해뜨는 시각,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기며 잠시마나 소소한 행복에 젖을 수 있길 바란다. 난 뭐. 또 새로운 시크릿 플레이스를 찾으면 되니까.














아! 그리고 한가지 팁은 여기 다 좋은데 안좋은건, 주변에 먹을데가 없다. 편의점도 없고, 온전히 이 자판기 하나뿐. 꼭 먹을거를 싸가지고 입실해야된다.











주변에 편의점 없는대신 이런 근사한 경치 있다. 와. 죽여주지 아니 한가.











이런 경치는 객실에서도 볼 수 있다.











부지런히 또 다음 장소로 움직여야지. 체크아웃을 했더니 신발을 셋팅해 놓았다. 작은 디테일이 감동을 가져다 준다. 아! 여기 체크인할때 신발벗어야된다. 참고하시라~











산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호텔 이즈미.








전날 픽업을 해주셨던 할아버지가 나와서 내 가방을 차에 실어주셨다. 기차역까지 안전하게 다시 또 데려다 주신다. 굿바이 호텔 이즈미~ 잘 머물다 간다. 내 인생에 너를 만난건 너무 행운이었어~





아살리아의 홋카이도 여행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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