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19. 내 생애 가장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 Louise Downes

2012. 6. 16. 10:14America Dreamin' 1.0/Track1.

728x90
반응형

 

 

 

 

LA에 손에 꼽히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한국의 아파트단지와 흡사한 형태의 단지인데 여기서는 이런곳이 흔하지 않으니, 몇 안되는 곳중 하나라고 하는데, 여하간 Miracle Mile이라는 동네의 Park La Brea 줄여서 PLB라고 부른다.

 

 

 

 

인근에 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남쪽에 있고 북쪽으로 그로브와 파머스마켓, 공원이 있으며, 가까이에 쇼핑센터가 몰려있어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단지 내에는 수영장과 극장, 각종 편의시설 및 헬스장, 주민들을 위한 회의실등도 있다. 부동산 중계업자가 된기분인데, 여하간 서두에 이곳을 설명한 이유는 이곳에서 미국와서 처음으로 사귄 외국인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Louise Downs. 미국인이고 나이는 97세. 올해 10월에 98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다. 그녀의 증손자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했으니, 그녀는 여하간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일 것이다. (근데 그녀는 나를 친구로 생각안할지도 모른다.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지)

 

 

 

 

여하간 PLB라는 곳에서는 여러가지 주민들을 위한 Activity들이 있다. 그중에 Conversation하는 Class가 있는데 어느날 그것을 참여해 보았다. 나는 그곳 주민이 아니지만 회사사람중에 그곳에 사는 사람이 2명이나 있다. (자꾸 자기집 옆방이 비었다고 나보고 들어오라는데 얼마냐고 물으니 한 2000불한다는데 장난쳐?) 그래서 그 Class에 나를 데려가 준것.

 

 

 

 

 

첫 만남에 원형으로 둘러앉아 각자 자기 소개를 했다. 미국인들은 은퇴한 Volunteer들이고, 영어가 서투른 사람들은 한국인이나 유럽인들이나 러시아인들이었다. 이 모임을 기획하고 주최한 사람은 한 노부부인데, 그들의 이름은 Zhita Rea, Jim Rea.

 

 

 

 

 

Zhita Rea.

 

 

 

 

 

자기소개가 끝나고나서 이 모임의 취지를 잠시 설명한뒤 개별적 Conversation시간을 가졌다. 이동하면서 대화하고 싶은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나는 Zhita의 남편인 Jim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해주어서 고마운 시간이었다. 사진끝으머리에 잡힌 Jim.

 

 

 

 

 

그날의 귀중한 시간이후에 Zhita와 수차례 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녀는 내게 2명의 Conversation Partner를 소개해 주었다.

 

첫번째 Partner는 미국인2세인 한국사람이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었고 서로의 언어를 교환하는 시간을 갖는것이 예상된 시나리오인데 사실 이 사람과는 스카이프로 처음 대화를 나눈뒤 더이상 만남을 갖진 않는다. "아 씨발 진짜 싸가지없네" 라는 말이 적당하겠다 싶은데 나는 이것을 문화적 차이 혹은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시간이 흐른뒤 Zhita는 그녀와 어떻게 되가냐는 메일을 보내왔고 나는 그에대한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보내기 까지 이것을 그냥 그녀와 내가 잘 맞지않아 만나지 않게 되었다 한마디로 끝낼것인지 아니면 모든것을 설명할것인지 고민을 했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것이 쿨하지 못한건가. 아니면 그냥 묻어두는것은 바보같은 건가. 많은 고민 끝에 솔직하게 표현하는것이 좋을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메일안에는 어떠한 거짓말도 없고 어떠한 비난도 적지 않았으며, 나는 있는 그대로를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그녀의 생각을 Respact하고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Understand한다 했으며 그녀가 다른 Partner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마무리 지었다. 

 

 

 

 

 

그에 대해 Zhita가 보내온 답장에는 설명해줘서 고맙고 그녀의 terrible한 행동에 화가 난다고 적혀있었다.

 

 

 

 

 

 Zhita를 통해 그간 그녀가 수차례 본인의 Patner로 한국인들을 갈아치운사실을 알았다. 아무도 그동안의 일들을 설명하지 않았는지 Zhita는 이제서야 본인이 가지고 있는 list에 그녀의 이름을 지워버렸다고 알려왔다. 솔직히 내가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그녀로 인해 상처받을 또다른 피해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으니 잘 된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승리한건가?

 

 

 

 

 

두번째 Partner는 제목에도 언급했듯이 내 생애 가장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다. 이름은 Louise Downes. 작년에 남편과 사별하고 그녀는 매일 저녁 커피에 블랜디를 타서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못하는 불면증을 안고 있다.

 

 

 

 

 

남편은 한국전에 참전했다고 하니 말그대로 그녀는 엄청난 세월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녀가 기억하는 김치에는 Summer 김치와 Winter 김치가 있다는데, 가만히 얘길 들어보니 배추김치를 Summer김치라고 부르고 동치미를 Winter김치로 기억하는 것 같다.

 

 

 

 

 

그녀와는 일주일에 한번 만난다.

 

 

 

 

 

그녀의 하우스는 뒷뜰에 정원이 있는 1층 집이다. 우린 가끔 정원에 나가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까마귀가 깍깍거리거나 비행기가 요란한 소음을 내고 지나갈때면 다시 방안으로 들어오곤 한다.

 

 

 

 

 

그녀의 집안 내부는 아늑하다. 한쪽 벽엔 큰 거울이 붙어 있다. 내가 오면 늘 그녀는 나를 소파에 앉히거나 준비해둔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묻는질문은 지난주에 뭐했니? 그리고 오늘 여기를 떠나면 뭘 할꺼니? 그녀는 내 생활에 늘 흥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어디를 갔었다로 시작을 한다. 늘 그녀는 나를 Brave Girl이라고 말한다.

 

 

 

 

 

 

 

소파에 앉아 그녀가 가져다 주는 Coke를 홀짝거리며, 대화소재가 떨어지면 그녀가 가지고있는 수많은 인쇄물들을 읽어나간다. 왜냐하면 그녀는 사실 legally blind다. 이것이 무엇이냐하면 Zhita의 설명에 따르자면 she can see some things but can't read or do email because of her poor eyesight. 그녀의 노환으로 인해 시력저하가 온듯하다. 그래서 그녀의 집에는 신기한 도구들이 있는데 일단 그녀가 늘 지니고 다니는 시계. 자동차 키처럼생겼는데 눌르면 지금 몇시라고 음성으로 안내를 해준다. 그리고 어떤 스캐너. 그건 책을 올려두면 스캔을 한뒤 음성지원을 해준다. 역시 좋은 세상이야.

 

아무튼 그녀를 위해 도와줄 수 있는것은 최대한 도와주고 싶어서 잡지나 신문읽기를 시작하면 한줄읽고 묻는다.

 

"Louise! What means ....??"

 

 

 

 

 

 

약속시간이 되면 그녀는 늘 집 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린다. 왜냐하면 여기 PLB는 사실 집 찾기가 쉽지가 않다. 구글맵을 보고도 늘상 헷갈려서 (방사형 구조라 방위가 헷갈린다) 헤매다가 결국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길을 잃어버렸다고 하기 일쑤다. 그리고 집집마다 구조가 비슷해서 늘 그 집이 그집같고 아 여기가 아닌데, 내가 이렇게 길치였나 싶기도 하다. 몇번 시행착오를 겪은 후 다행히 이젠 좀 익숙해졌다.

 

어느날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그녀집에 가보니 그녀가 나를 기다리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잠에서 깬 그녀.

 

 

 

"Who are you?"

"Hi Louise It`s me!"

 

 

 

그럼 그녀는 내게 말한다.

 

 

"Hey honey!"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시작된다.

 

 

 

 

 

 

 

 

 

아살리아의 미국생활기는 계속됩니다.

To be Continued...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