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메카로 가는길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10. 8. 15. 15:02Reviews/Musical&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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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연극무대에 오른 배우 서인석씨가 열연한 연극 메카로 가는길을 보고왔다. 원작은 남아프리카의 아놀드 후가드의 작품으로 1930년대의 남아공의 인종차별과 종교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헬렌의 내면세계 혹은 그녀의 자아발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찾은 대학로. 대학로는 연극을 보고나 뮤지컬을 볼때 말고는 갈일이 없지만 한달에 3~4번은 가게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엔 다시 찾기 까지 꼬박 6개월이 지났다. 마지막으로 본 연극로미오와줄리엣은 살해당했다 이후로 한동안 뜸하다가 정말 간만의 문화생활 나들이. 더욱이 대학로예술극장은(구 아르코시티극장) 초기에 새로 지을때 꼭 한번 이곳에서 연극을 봐야지했는데 그날이 찾아온거다. 새건물이라 깔끔하고 생각보다 규모가 컷던 연극무대였다.

연극 메카로 가는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심오함 속에서 너무 많은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배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전지식없이 가는 관객은 낭패를 입을 수도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정도랄까.

이 연극 평을 보니 아직까지는 별다섯개다. 모두 만점을 준거다. 그러나 나는 결코 별다섯개를 줄수없을 것 같다. 내가 이 연극을 보고 나서 별다섯개를 선뜻 줄 수 없는 이유는 이러하다.

이 연극에는 단 세 배우만이 등장한다. 노파 헬렌, 그녀의 친구이자 젊은 여교사 앨사, 그리고 이 연극의 조커 마리우스 목사. 그러나 마리우스의 목사가 등장하기까지는 아주 길고긴 역정의 시간을 견뎌내야된다. 헬렌과 앨사의 대화량이 너무 많아서(실제로 헬렌역을 한 배우는 대사량이 많아서 공연이 끝나고 나면 말하기가 싫어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도 많이 목격됬다. 여기서 이 연극이 별다섯개가 될수 없는 첫번째 이유가 있다.

이 연극은 서론이 너무 길다. 마리우스 목사의 등장까지 암전이 단 한차례만 있고 무대의 전환은 물론이고 배경음악이 바뀌거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거나 하는 어떤 소스들이 전혀 이뤄지지않는다. 주구장창 두 배우만이 무대를 채워가며 대사를 치는데 그 대사는 지극히 일상적인 대사(물론 그 대사안에는 주목해야할 만한 것들 이를테면 앨사가 사막에서 만난 아이를 업고가는 여자이야기라던가 아버지가 아들에게 나를 믿고 뛰어내려라라고 하는 이야기는 놓치면 안된다)들을 하고 있는데 어떤 역동적인 행동의 변화도 없고 긴장감이 생길 만한 것들이 전혀 없다. 그것이 계속해서 반복이 되다보니 결국 관객은 지루하다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이어지는 서론은 마리우스의 굵고 짧은 대사의 울림과 등장으로 드디어 깨지는데 거기까지 이르기까지 관객은 이미 너무 지쳐버린다는 거다. 

헬렌역의 배우 예수정씨. 이 연극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앨사를 등장시키되는 것도 이 배우로 인해서고 후에 나오는 마리우스 목사의 등장도 그녀로 부터 비롯된다. 사실 이번 연극은 원작을 살렸다기 보다는 한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헬렌이라는 노파다. 그녀를 통해서 연출가는 관객들에게 자신만의 메카를 찾길바라고 있다. 그녀 스스로의 갈등과 혼돈에 두 인물 앨사와 마리우스 목사가 양립이 되서 극이 전개된다. 헬렌이 서류에 사인을 하려는 순간에 앨사와 마리우스의 주옥같은 대사들은 인간의 내면속에 누구나 지니고 있는 선과악의 대립을 표현하는 듯 보인다. 아프리카속에서 살고 있는 백인 마리우스목사를 위선적인 목사로 그렸다면 앨사는 그녀의 자아발견을 붇돋아주는 어쩌면 또하나의 헬렌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오류가 있다.

마리우스목사의 애매모호한 캐릭터이다. 초반 그는 확실히 위선적인 모습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그는 헬렌이 메카로가는길을 방해하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억압적이며 종교적 권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에 이런 대사를 치고 무대를 퇴장한다. 헬렌 여기 환하게 켜있는 촛불보다 당신의 미소가 더 환해보인다는 말. 그렇다 마리우스 목사는 결국 헬렌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다정한 멘트를 날리고 사라진다. 여기서 뭔가 좀 억지스럽다. 그런 그를 앨사는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뭔가 급격히 포장되어진 연출이다. 그 부자연스러움. 마리우스의 악은 끝까지 악으로 갔어야했다. 

 이 연극에도 백미는 있다. 마지막장면의 하나둘 밝혀지는 촛불씬. 그 전까지 다소 저 조명이었던 무대가 밝아지며 천장에서 촛불밝힌 초들이 내려오는데(정확히 정체는 모르겠다) 아마도 이부분이 이 극의 클라이막스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계속이어지는 헬렌의 주옥같은 대사. 그전까지는 소극적인 그녀의 태도와 마리우스 목사와 앨사간의 극적인 대화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고 뭔가를 결심한 듯 보이는 헬렌의 변화된 모습이 주목할 만하다. 결국 초를 밝히는 것보다 남아있는 하나의 초를 끄는 용기가 필요함을 고하고 있다. 당신만의 메카로 가는 길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 본문에 쓰인 사진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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