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산봉 정상에 올라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야호를 외치다 (제주 올레길 2코스)

2010. 8. 29. 19:16Lovely Jeju Island/Season1.(JUL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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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2코스의 중간 지점에 대수산봉이 있다. 이곳에 오르면 저멀리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으며 내려다 보이는 제주도의 전경이 끝내준다. 정상까지 오르는데는 가파르거나 험준하거나 혹은 길이가 길거나 하지 않아서 쉽게 정상탈환을 맛볼수있다. 제주도민의 누군가의 말처럼 제주도의 모든 오름이나 봉우리들은 한라산을 제외하고는 오르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어제 성산한방찜질방에서 정확히 10시에 잠자리에 누웠다. 주인 할머니께서 10시가 되기 오분전쯤 잠자리를 직접 마련해주신다. 가지런히 이불을 깔고 거기 묶게 되는 여행객들의 잠자리 배정을 직접해주신다. 머리맡의 베개에는 수건을 한장씩 까시는데 다음 손님을 위한 청결유지차원이라며 할머니의 섬세한 센스를 엿볼수있다. 그리고는 정확히 10시가 되면 소등상태로 변한다. 우리찜질방은 10시면 다 자는게 원칙이다. 그 이후에 오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 주인 할머니의 말씀이셨다. 그날의 여행객은 나를 포함해서 여덜명이었다. 유쾌하셨던 아저씨 한분, 다음날 서울로 올라간다는 나보다 한살어렸던 여자, 동글동글하고 굉장히 외향적으로보였던 여자, 고등학생이었던 남자애들3명, 엎드려서 지도만 보던 남자.

아침 일찍 모두들 떠나고 아침밥먹고 출발한다던 고등학생 3인방과 주인할머니가 추천해준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첫날 찜질방에서 이 친구들보고 중학생인줄 알고 주인할머니의 손자들이 놀러왔나 아니면 동네 꼬마들이 놀러온건가 싶었는데 얘길 해보니 서울에서 온 고3학생들이었다. 일단 나이를 알고 놀랐고 더 놀랐던건 수능이 얼마 안남았을텐데 고3이 제주도로 그것도 일주일식이나 여행을 왔다는거에 놀랐다. 이 친구들은 심지어 텐트까지 지고 다니는 제대로된 배낭여행객이었는데 원래 여행다니는 멤버가 4명인데 한명은 같이 못왔다고 그런다. 역시나 수능의 압박인가보다. 여하간 너무 기특한 동생들이었다. 나는 고3때 학교는 안갔어도 이런 여행은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다.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그날의 찜질방을 나왔다. 나는 예정에는 없었지만 이곳에서 하루더 머물고 그 다음날 아침에 공항으로 막바로 가는 걸로 했다. 주인 할아버지께서 공항까지 데려다 주신다도 하셨기 때문이다. 올레길 걸을때 무거운 배낭을 메지 않아도 되고 또 공항까지도 편하게 갈수 있게 됬으니 잘된일이었다. 아침 첫 스타트는 대수산봉에서 시작했다. 물론 대수산봉입구까지는 주인 할아버지께서 데려다 주셨다.



등에 붙어있던 무거운 베낭이 없으니 몸도 마음도 완전 날라다니는 기분이었다. 이런 오르막쯤이야 완전 껌이었다. 상쾌한 아침공기 맞으며 콧노래부르며 산책하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기분좋게 대수산봉에 발을 딪였다. 중간정도 올랐을까. 위에서 내려오는 올레꾼한분을 만났다. 40대정도 되보이던 아저씨였는데 까만배낭을 등에 메고도 굉장히 가벼운 발걸음이셨다. 아무도 없을 줄알았는데 나보다 먼저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사람을 만났다는게 의외였다. 아저씨께서 가볍게 먼저 인사를 하셨다. 나도 미소로 화답을 했다. 왠지 모르게 이날은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이곳이 바로 정상 포인트 지점. 올레싸인이 유턴으로 되있는 걸보면 이곳이 정상이 맞긴 맞나보다. 역시나 엄청난 폭풍바람이 몰아치는데 눈을 감고 두팔을 들면 날아갈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야호를 몇번이고 외쳐댔다. 후에 올레꾼 에티켓중에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지 말라는 주의를 보고 나서 그 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다. 점점 더높이 오르고 싶은 욕구에 주변 사물을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저 돌멩이뿐이라서 저 돌멩이를 밟고 올라서 제주도 전경을 360도 회전하며 감상했다.




멀리 보이던 성산일출봉의 모습. 정말 장관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날 좀더 일찍 서둘렀더라면 이곳에서도 일출모습을 볼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내려가던 올레꾼아저씨는 일출을 보고 내려가셨던건 아니었을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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