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올레길위에서 대처하는 방안 (제주 올레길 2코스)

2010. 8. 30. 17:11Lovely Jeju Island/Season1.(JUL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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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쳤던 올레꾼들 말대로 2코스는 특별하거나 흥미롭거나 하는것은 없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올레길은 2코스가 가장 충실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레길. 마을로 이어지는 내 집앞에 나 있는 길. 큰 길까지 이어지는 내 집 대문 앞의 좁은길.



길따라 쭉쭉 걷다보니까 적막함을 느겼다. 뒤를 돌아보아도 앞을 내려다 보아도 나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순간 이 고요함이 소름끼치기 시작했다. 대수산봉에서 내려오다보면 공동묘지가 있는데 그 곳을 지나칠때까지만해도 느끼지 못했던 입질이 슬슬 오기 시작해서 나도 모르게 발길이 빨라지다가 어느새 나는 이 길위를 뛰어가고있었다. 중간에 비도 왔다. 배낭을 두고 오면서 우산을 챙겨오지 안았다는 생각에 얼른 들고 있던 카메라를 품고서 막뛰기 시작 했는데 어느새 또 맑은 하늘이 나왔다.



그리고 두려움도 잠잠해지자 지루함이 밀려왔다. 그러다가 머리가 맑아지면서 이런저런생각들이 스쳐지나갔는데 아마도 이 올레길이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는듯보였다.



갈림길에서는 나는 판단력을 시험하기도 하고.



가끔씩은 생명체와 마주칠수 있도록 인연도 만들어 주고. (故 앙드레김 패션쇼피날레 공식포즈를 취해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바로 이 부근. 자갈길이었는데 고불고불 초원같기도 하고. 갑자기 여기서 부터는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아무도 없었으니 가능한 일. 사실 올레길위에서 노래부는 행위는 출발하기 전부터 머릿속에 그려왔었던 일이다.

올레길 창시자인 서명숙님이 쓰신 놀멍쉬멍걸으멍 이라는 책에서는 그녀가 올레길만드는데 영감을 불어넣은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곳에서 그녀는 대평원 지역인 메세타구간 허허벌판위에 주구장창 걷다 노래를 불러재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도 없고 체면차릴일도 눈치볼일도 없으니 생각이 끊어진 곳에 노래가 들어섰다는 그녀의 경험담이 이날 문득 떠오른거다. 그래 나도 지금 지루하기 짝이 없으니 보이는 것도 없겠다 한곡 뽑아봐야겠다해서 시작한것이 큰 도로가 나올때까지 계속되었다. 결국엔 그때 느겼던 기분 좋은 감정들이 2코스는 좋았다로 마무리 지을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이 길을 지나칠 다음 올레꾼을 위한 희망의 메세지를 남겨보자는 취지에서 길위에 글을 쓰고 왔다. 사실 이것도 서명숙님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일종의 모방행위인데 내가 적은 메세지를 이 길을 지나칠 다음사람이 보게 된다면(중간에 마주친 올레꾼이 있었는데 내 뒤에서 오게될 그분을 겨냥한거긴 하다만) 힘이 되겠지라는 생각에서 시작은했는데 못보고 지나칠 확률은 87%. 그래도 나혼자 뿌듯해져가지고 돌아섰는데 그거면 됬지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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