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배낭여행]Episode5.한밤의 리치 사건(아그라편)

2010. 11. 2. 14:29Crazy Journey to Asia/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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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 - 한밤의 리치 사건 (아그라편)
아그라에서 벌어진 한밤의 리치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델리를 떠나기 전 빠하르간즈에서 과일을 좀 사느라 열차시간이 아슬아슬했다. 뉴델리역에 도착해서 플랫폼에 나갔을 때 열차는 출발하고 있었다. 전력질주를 해서 간신히 손잡이를 잡고 다리를 걸쳤더니 현지인들이 열차 안으로 끌어올려줬다. 휴~ 그때의 아찔함이란…

 아그라까지 가는 동안 기차에서 먹을 요기거리로 바나나랑 망고랑 리치를 잔뜩 사가지고 탔는데 이래저래 피곤해서 까먹기 편한 바나나만 다 먹고 잠을 청했다. 아그라에 도착해서 역을 나서자마자 끊임없는 릭샤왈라들이 붙기 시작하더니 정신을 쏙 빼놓았다.

 그 중 나름 정감 가는 한 명을 골랐는데 이 릭샤왈라와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는 다음 편에 얘기하도록 하고 일단은 그 덕분에 맘에 드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 수 있었다. 그때까지 검은 봉지에 들어 있는 망고와 리치는 까먹지 않고 사수하고 있었다. 당시 아그라는 굉장히 시원했다. 그래 봤자 우리나라 여름날씨지만 워낙에 델리가 더웠기 때문에 여긴 뭐 지상낙원이었다.

게스트하우스도 델리에서 묵었던 곳의 딱 두 배 크기에 오히려 가격은 더 저렴했고 일층 식당의 음식도 맛있었다.(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것이 굉장히 속 터지긴 했지만 – 인도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속도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건물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옥상이었다.

 옥상에 올라가니 좀더 멀리 시야가 확보되는 것이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유달리 아그라에 원숭이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마야. 

겉모습은 낡아도 내부는 깨끗하고 좋았는데 사실 난 이 벽이 참 맘에들었다.




가운데는 이렇게 일층까지 내려다 볼수 있는 구조로 햇빛도 들고 좋았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전경.

주변 건물보다 게스트하우스가 높은 편이라서 이렇게 옥상에 올라가면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1층은 이렇게 식사가 가능한 레스토랑이었는데 

난 저기 걸려있던 저 그림이 너무너무 좋았다.




모든 것이 흡족했던 그때 방으로 돌아와 짐을 풀고 검은 봉지에서 망고를 꺼내 들었다. 용케 과도를 챙겨서 공항을 통과한 친구 덕분에 쉽게 까먹었는데 그때 먹은 망고는 정말 꿀맛이었다. 아아… 또 먹고 싶다!! 첫날 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밤이 되어서야 검은 봉지에 남은 리치가 생각이 난 거다.

 샤워하고 나오니 몸도 나른해지고 갈증도 나서 자기 전에 먹고 자면 되겠다 싶어 리치를 하나 꺼내 들었다. 먹으려고 하니 맛이 이상하다. 나뿐만 아니라 친구도 이상하다 한다. 날씨 때문에 과일이 금방 변하나 보다. 리치를 진짜 많이 샀는데(사실 이렇게 많이 담아 줄지는 몰랐다) 아깝게 우린 한 개도 먹지를 못했다.

아… 그나저나 이 변질된 것을 어디다 처리하지.

 쓰레기통에 버리자니 시간이 지날수록 고약한 냄새를 풍기거나 벌레를 끌어들이거나 둘 중 하나는 분명할 것 같고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면 양으로 봐서는 꽉 막히는 것은 당연할 텐데… 이 야밤에 이걸 어쩌나 싶었다.

 검은 봉지를 들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깊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많이 벗어나지 않은 적절한 장소가 보였다. 바로 이곳이 적당하겠다 싶었다. 슬그머니 봉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와 친구에게 임무를 완수했음을 표출한 후 단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아침을 먹기 위해 일어나서 방을 나서는데 문을 열자마자 헉!! 그 넓은 게스트하우스에 우리가 머물렀던 층 전체 바닥이 온통 리치 껍질로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범인은 항상 현장을 다시 찾는 법. 어제 밤에 몰래 투척한 장소를 가보니 역시나 묶여 있던 검은 봉지는 풀려있고 그곳에는 남은 것 하나 없이 깔끔하게 껍질만이 존재 했다.

 지난밤 본의 아니게 나와 원숭이가 시간차로 합작한(절대 의도한 바는 아니었음을 밝힌다) 이 작품에 주인은 슬그머니 내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나는 덤덤하게 대꾸했다.

 "Well...I don`t know..."

To be Continued...



한밤의 리치 사건 혹시 너니?



아살리아의 클라우드나인 인도배낭여행 아그라편 (Episod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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